김진주: 웹은 자꾸 몇 명이 이 페이지에 왔는지 확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한범: 웹은 우상숭배의 공간이기도 하죠. 하지만 내 작업은 그곳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다른 맥락 속에 있었던 것이기에, 웹을 기능적으로만 이용하기 위해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민구홍: 우상이라 일컫는 것은 소셜 미디어의 하트나 숫자 같은 게 아닐까요.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런 게 아주 중요해 보이도록 세심하게 설계돼 있죠.
김진주: 하지만 내가 올린 글이나 행동들, 던지는 메시지, 일으키고 싶은 문제, 함께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다른 사람한테 얼마나 접속되고 전달될지에 대해 근원적으로 궁금하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한범: 제게는 그러한 욕망보다는 이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저의 작업을 배치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연결을 시키지 않고 완전하게 흩어져 있는 상태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지만, 작업을 모아서 구성을 해야만 한다면 내 작업들은 서로가 어떻게 관계가 맺어져서 보여줘야 될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웹사이트 대문을 보면 모든 작업들이 경중 없이 똑같은 썸네일 크기로 쭉 배치되어 있습니다. 개별 카테고리로 들어가면 작업이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작업들이 보이는 방식은 뿌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일단 그냥 아무거나 눌러보세요.’라는 방식은 무엇이든 시작점이 될 수가 있고 그렇게 ‘작업을 경험하기’를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자유롭게 여기저기 들락날락할 수 있는 연결이 저에겐 콘텐츠보다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민구홍: 웹사이트에서 특정한 대상에 무작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제가 특히 좋아하는 전략입니다. 세마 코랄에서 활용한 전략이기도 하고요. 컴퓨터 용어 가운데 ‘변수’와 ‘배열’이 있는데요, ‘생활’이라는 변수는 여러 ‘우연’으로 이뤄진 배열을 편집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생활’을 다른 말로 바꿔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기술을 거친 결과물에 크고 작은 무작위성이 드러나는 까닭입니다. (출처: 단수도 복수도 아닌 플랫폼: 비평가의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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